마누라에게 점수 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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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에게 점수 따기 … 사실 알고 보면 별거 아닌데….

그 옛날 엄마가 그랬듯이 지금의 마누라는 내게 끝없이 잔소리한다.
흘리지 마라, 좀 닦아라, 씻어라….
어쩜 그 옛날 엄마가 했던 잔소리 한글자도 틀리지 않게 고대로

하긴 어째보면 당연한 게
지금 내 마누라나이가 그 옛날 내게 잔소리하던 엄마보다 나이가 많으니…

문득 생각이 든다.

마누라가 하라는 대로 내가 다 따라하면 마누라가 날 좋아할까?

마누라에게 점수 따기

ㅎㅎㅎㅎ

아마 ‘얘가 오늘 뭘 잘못 먹었나? 왜 이러지 ??’ 하겠지.

잠깐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꼴 보기 싫다고 눈 흘기는 것은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다 또 문득 생각이 난다.
우리 마누라는 뭐를 좋아했더라??

하도 잔소리 듣다 보니 마누라 싫어하는 것은 잘 알겠는데..
아…!! 하면서 좋아하는 것들이 바로바로 떠 오르진 않는다.

​싫어하는 것은 척하면 착!!! 인데…
좋아하는 것은 착착 생각나지 않는다.

역시 나는 마누라에겐 그리 좋은 남편은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마누라에게 좀 미안한 마음이 잠깐 들다 가도 …
금방 꼬라지가 나서 살짝 삐딱한 마음이 든다.
그러는 지는 내가 좋아하는 것 알고 있을까?… 싶다.

그런데 … 가만 생각하니 난 뭘 좋아하지??

환갑도 지나고 지하철 공짜로 타는 나이가 되고 나니까….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착! 하고 막상 떠오르지 않는다.

​10대엔 맛있는 것에 환장을 했고,
20대엔 예쁜 여자 치마자락에 환장을 했고,
30대엔 돈 벌고 싶어 눈이 돌았고,
40대엔 돈,자식, 실력 등등 내가 가진 것 하나라도 기회가 생길 때마다 자랑했다.
50대엔 인정받고 싶었다, 다들 나를 존경하는 눈빛으로 봐주길 원했다.

한데 지금은….

​맛있는 음식도, 예쁜 여자도, 스포츠카도 별장도… 딱 이 거다! 하고 떠오르는 게 별로 없다.
이것저것 생각은 많이 나는데…
딱 하나를 고르라면…
이거도 저거도 딱 일등은 아니다.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여자 치마자락 붙드는 것이 남자라지만
예쁜 여자도 고가의 고급 명품 같은 것도 ….
쩝! 그렇다.

젊어서는 3류 잡지 비키니 사진만 봐도 헤~~ 하고 침을 줄줄 흘리더니,
지금은 미스코리아가 발가 벗고 옆에 누워 있어도
선 듯 좋아하지 만은 못할 거 같다.
젊고 예쁜 여자가 누드로 있는데 싫어 할리는 없겠지만….​

아 !!!!!!!! 자신이 없다.

​같이 짝짜꿍 하면서 “푸른 하늘 은~~하수” 하면서 놀아줄 자신이 없다.
어린 손자와 놀아주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젊은 애인과 데이트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물건도 그렇다.

​뭐… 모아놓은 것이 없어 살 돈도 없지만…
만에 하나 로또라도 당첨이 되어 돈벼락 맞는다 해도,
막상 돈 있다고 하더라도…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오래된 빛이나 갚던지,
아직 전세 사는 애들 집이나 사주던지…
아니면 손자 유모차나 사줄 까 싶다.

​이런 모든 것이 돈 생기면 하고 싶은 일이고, 분명 기분은 좋은 일인 것은 맞는데.
가만 보면 모두 기분 좋은 일이지 정말 나를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은 아니다.

​내가 제일 갖고 싶은, 그것만 있으면 온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것이 무엇인지
정작 내가 모르니 말이다. 쩝!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여자도 물건도 아니면…
남은 건 명예? 자랑? 뭐 이런 건데…

​다시 말해 내 능력, 내 소유, 소위 말하는 경력과 경험.
그도 아니면 남들이 못하는 나만 할 줄 아는 그런 자랑거리인데….
꼴랑 지금 내가 가진 것들 모두가….​

피식.

​자랑은 커녕 부끄럽기 만하다.
혹시 남들이 보면 와~~~ 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긴 아니다.

그래도 억지로 꼽아서 뽑아 보자면….
요즘 남들이 나를 보면서 그나마 제일 부러워하는 것은,
남들 선택하지 않은 전공을 배타는 것으로 하는 덕분에
다들 정년퇴직 해서 놀고 있어도 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은 배 타는데 나이제한이 없다.

연봉도 대기업 부럽지 않을 정도다.
다만 ‘체력!’ 이 문제다. 아프지 않고 버티기만 해도 된다면 말이다.

그래서 동기들 모두 배 타는 것이 가능은 하지만….
당첨은 평소 열심히 자기 관리했던 몇몇 동기 몫이다.

난 포기. 안된다는 말이다.

체력이 안돼서 배는 못타지만, 그나마 다행히 배와 관련된 일은 할 수가 있다.
몸이 아니라 조동아리로 하는 일은 된다.

경험으로 배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팔 수가 있고,
배 수리하는 것도 운영하는 것도 간간히 조언을 해 줄 수도 있다.

그 덕에 다 늙은 영감이 한 푼이라도 벌어들여서,
매달 나오는 연금과 더해서 생활비로 잘 쓰고 있다.
​그렇다고 “다들 봤지! 내가 나다.” 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일반 학교 나온 중고등학교 동기들이 부러워하긴 한다.
늙어도 일이 할 수 있다는 것 말고도, 내 또래가 부러워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건 내 취미다.

학창시절 밴드 한 덕분에 유행가를 피아노로 칠 줄 알고,
조그만 손재주에 친구들 얼굴 그려주면 좋아한다.
또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요런 잔 재주를 많이 좋아해주고 부러워하면서 “너는 시간 보내기 좋겠다”고 한다.
평생 일만 하다 보니, 다들 딱히 취미가 없기 때문이다.
돈이 들지 않고 놀 수 있는 것은 생각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정년도 없이 일할 수 있고, 돈 안 들이면서 시간 보내기 좋은 취미 있고.
하지만 그런 내가 친구들에게 최고의 이상형은 아닐 것이다.
“오.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딱 그 정도일 뿐일 것이다.

아!! 죄송.

마누라 좋아하는 것 이야기하다 별것도 아닌 내 자랑한다고 이야기가 옆길로 빠졌다.
다시 원래 가던 길로 돌아가 보자.

마누라는 뭘 주면 좋아할까??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마누라나 나나 별 차이가 없지 않나?.

​나이는 나에게만 하나씩 더해지는 것이 아니니, 마누라도 나이는 한해 하나씩 착실히 쌓아갔을 것이다.
내가 젊어서 좋아했던 것들이 지금 시들하듯이,
마누라도 젊어서 좋아했던 것들이 지금은 그렁저렁하지 않을까?

마누라 젊어 좋아했던….
음식도 좋아하던 꽃다발도 전시회도….

​그래서… 지금도 이런 것이 좋나??? 하고 가만 눈치를 보니…
딱히 아닌 것 같다.

​물론 맛있는 거 먹고 꽃다발 사주고 전시회 데려가면… 좋아는 하겠지만,
이런 것들에 안달이 나서 목매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나랑 별차이 없어 보인다.

​특히 내가 돈 내는 것이 아니라, 마누라보고 돈내라고 하면,
집에서 라면 끓여 먹자고 할 것 같다.

내가 지금 현재 요정도 상태로 더 나빠지지 않고 늙어 가기를 바라듯이
마누라도 좋아지기보단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다.

그럼 결국 …. 지금 내가 마누라를 위해 할 것은
좋아하는 걸 찾는 것 보다는 싫어하는 걸 하지 않아야 할 모양이다.

​그렇게 싫어하는 걸 하지 않으면서
간간이 좋아하는 걸 이벤트처럼 해야 하는 모양이다. 큰돈 들이지 않는 것으로.
결국 마누라가 하지 말라는 잔소리 들으면, 그건 하지 말아야 할 모양이다.

​문제는…..

​마누라 잔소리 중 상당한 것들은,
아니 거의 전부는 정말 귀찮은 것들이라는 거다.

불가능 한 것은 아니지만, 재미 하나도 없고 관심 없는 그런 것들만
쏙쏙 뽑아서 마누라가 잔소리한다는 거다.
하기 싫은 것들만 뽑아 놓은 것이 마누라 잔소리 레파토리다.
하기 싫은데…. 휴~~~~~~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데…

번쩍!

가만 보니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
이건…..이런 짓은 평생 맨날 했던 짓거리다.

​어려선 학교 가기 싫어도 학교 가야 했고,
회사 가기 싫어도 회사 갔고, 만나기 싫은 놈들 숱하게 만나야 했고,
하기 싫은 말을 얼굴에 웃음을 활짝 담고 아주 즐거운 듯이 말해야 했고
하기 싫은 일을 무지하게 하고 싶었던 일인 듯해야 했다.

따지고 보면 우리 인생은
하고 싶은 거나 하기 보단, 하기 싫은 짓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다행히 억울하지만은 않은 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다 똑같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참 많은 하기 싫은 접대를 했었다.
정말 싫은 짝도 있었고, 정말 사고 나길 바랬던 선생님 교수도 있었다.
콱 죽어버렸으면 했던 상사도 있고 사장도 있다.
너무나 많아서 하나하나 꼽기도 힘들 정도다.

심지어 어떤 놈들은 웃으면서 아부하며 술 따라 주고 돈 찔러주고
아가씨 딸려서 호텔 방까지 잡아 주어야 했던 경우도 있었다.

그런 짓도 했는데 마누라에게 못할까?

그래 그걸 한 번 더 한다고 생각하면, 마누라에게 접대는 못할 것도 없다.
다른 거에 비하면 소위 말하는 껌 값이다.

​살면서 남을 접대할 때 중 어떤 때는 상대를 파악할 시간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상대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을 모셔야 할 경우도 숱했다.
그럴 때는 내가 아는 모든 경험을 다 이것저것 끌어 시도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어떤 게 먹힐지 모르니까.

그거에 비하면 마누라는 이미 잘 알고 있다.
평생을 살을 맞대고 살았으니 알아도 너무나 잘 안다.

​소리도 없이 내 뒤에 나타나 내 뒤통수를 째리고 있는 마누라는
언제나 항상 느낄 수 있다.
얼굴을 보지 않아도 부엌에서 저녁 준비하는 마누라의 지금 기분이 어떤 지는 알 수 있다.
특히 마누라가 뭔가 기분이 나쁠 때는, 퇴근해서 현관문만 열어도 알 수 있다.
100미터 밖에서 많은 사람 속에서 마누라가 언 듯 보이기만 해도,
마누라의 지금 기분이 좋은 지 나쁜지 알 수 있다.

그냥 안다. 어떻게 아는지 잘 모르지만 그냥 안다.

그러니 무얼 하면 좋아하고 어떤 것을 하면 싫어하는지도 안다.
그러니 모르는 타인을 접대하는 것 보다는 백배 천배 만배는 쉽게 접대할 수 있다.

그렇게 쉬운데…

접대용 얼굴을 하고, 접대용 맨트를 몇 마디 나누어 주는 것이
그렇게 힘들다고 안 했던 걸까??

이렇게 애들처럼 좋아하는데 말이다.

다들 반성하고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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