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우리나라엔 일본의 선박을 많이 빼앗아 왔습니다.
좋은 말로 물려 받았습니다.
1984년 저는 당시 수산대학교 (현 부경 대학교) 기관학과 졸업해서 상선을 타려고 취직했고,
그렇게 만난 첫 배가 일본인들이 타고 있던 선박을 통째로 인수 받는 것 이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통걸이” 인수라고,
선장부터 하급선원까지 동시에 한꺼번에 인수를 받는 것을 말합니다.
당시는 일본의 인건비가 비싸니 한국의 선원으로 교체를 했던 것 이지요.
그렇게 저의 승선이 시작되고, 계약 기간을 마치고 하선 해서 처음 입사한 곳이
지금은 없어진 원양 수산회사 덕수물산 입니다.
이때는 모든 원양어선 회사들이 앞다투어 일본의 참치선박과 트롤선박 등등을 인수 받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
일본으로선 인건비가 오르니 어선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일본은 배를 통째로 한국 회사에 넘겨주고 딱 하나 요구한 건
일본에 고기를 팔러 들어가면 자기들이 판매 대행을 하거나,
같은 값에 입찰이 되면 우선권을 자기에게 넘겨 주는 것이 요구 조건의 전부였습니다.
특히 참치 배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당시 한국에서 일반인들은 참치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으니
참치의 판매는 당연히 제일 값이 좋은 일본에서 판매하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참치 어선에서 사용하는 고기 잡는 어구들도 일본 것이 제일 좋았으니
(한국엔 참치 어구가 거의 없거나 이제 막 공장이 생길 때) 더더욱 당연했지요.
일본으로선 한국에 배를 통째로 넘겨줘도 오히려 남는 장사였으니…
심지어 일개 직원인 제게도 참치 배를 줄 테니 회사를 차려보지 않겠냐고 제의를 할 때였지요.
(그때 회사를 차렸으면 나도 동원, 사조, 오양처럼 됐을까?? ㅎㅎㅎㅎ 당연히 아니겠지… )
이런 열풍이 지난 결과.
일본엔 어선회사들이 한꺼번에 싹 다 없어져 버렸습니다.
이건 상선 회사들도 거의 마찬가지여서 일본선원이 타고 있던 거의 모든 상선을 한국인이 거의 깡그리 쓸어 담았습니다.
처음엔 일본이 필리핀 사람들에게 주었지만 (당시는 필리핀이 우리보다 잘 살았습니다.)
한국 선원이 필리핀 선원보다 모든걸 빨리 익히고 말도 금방 잘 통하고, 거리도 가깝고 모든 면에서 유리했으니 한국으로 다 넘어 왔지요.
그 결과 일본은 어찌 되었을까요??
우선 선원대리점, 어선회사들이 몇 년도 안돼서 정말 순식간에 다 파산을 해 버리고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남은 것은 아직 한국이 따라가지 못한 선용품이나 어구제작 등이 남았습니다.
한국의 거의 모든 선박 (어선,상선모두)에선 선용품을 공급 받을 때
미제나 일제가 최고이고 아주 싼 제품들만 대한민국에서 만든 제품을 받았습니다.
소모품 공급 받을 때 국산 제품을 받으면….
“에에 일제가 아니네… 한국제네… 뭐 할 수 없지 그냥 쓰자.. ” 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선원 인건비가 올라서 한국 선원을 쓰는 입장이니 선용품 제작 사업도 인건비가 문제였지요.
그래서 일본의 선용품 제작 중 저렴한 것은 한국의 공장에 기술은 자기가 제공하고
생산만 한국에서 하고 일제 상표 붙이는 주문 생산 (OEM)이 막 한국에 밀어 닥쳐 왔습니다.
대단한 한국 사람들.
일본은 어선을 넘겨주고 상선을 넘겨주면서… 한국이 일본의 배를 다 넘겨 받는데 최소 10년은 봤습니다.
똑 같이 선박용품을 OEM 하면서, 이건 생산 기술이 필요하니 20년을 봤습니다.
다음 선박 건조기술.. 이건 자본부터 더욱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니 30~50년을 봤습니다.
결과는…
지금 일본엔 원양 어선회사는 단 한군데도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1980년대 전세계를 주름잡고 거의 모든 선용품 공급을 했던 일본의 엄청난 규모의 선용품 회사들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조선소의 몰락은 신문에 너무 잘 소개시키고 있으니 다들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여기서 유의해서 볼 점은…
모든 것들이 일어나는 데는 일본이 생각했던 것보다 안 걸렸다는 겁니다.
정말 쓰나미 처럼 한 순간에 이루어 졌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그 엄청난 규모의 선용품 유통회사가 사라지는 것도 일본 조선소의 몰락도 순식간에 이루어져 대비는커녕 회사 명맥이라도 남으면 다행이었지요.
자. 대한민국을 볼까요?
지금 어선 상선을 통 털어 한국 선원은 거의 없습니다. 최고 선장, 기관장 정도…
모든 선박에 공급되는 선용품 중 저급의 것들은 거의 100% 중국산 제품입니다. 정확히는 중국에서 만든 제품.
2000년대초 대한민국의 어선 회사들이 한꺼번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기초 체력이 튼튼한 동원,사조,대림,오양… 등등 그룹규모의 회사들만 남았습니다.
하지만 남아있는 모든 회사를 살펴보면 수산업의 비중은 정말 적 습니다. 대부분 식품 유통 등 사업 전환이 되었지요.
일본을 따라 하는걸 정말 싫고 짜증나지만…
바다의 경우는 일본이 걸어온 길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갈 길은 선용품 회사들이 정말 일순간에 없어지는 순서만 남았습니다.
제가 많이 거래했던 일본의 그 쟁쟁한 회사들
마신쇼XX, 고베쉽XXX 제팬XX (실명은 피했습니다. 아직 남은 회사들이 있어서) 은
거의 모두 일본에 없고 다 외국에 지사처럼 흩어져 있습니다.
그 중 제일 잘된 회사는 대한민국 선용품 회사와 합자를 한 “한일후X” 입니다. (실명은 피했습니다)
그럼 지금 대한민국의 선용품 회사들은….
지금 부산 영도나 1~8부두까지 부두 가를 따라 그 많은 선용품 회사나 선박 수리회사 제조 회사들.
또 최근의 진해 신항까지 선용품 회사들은….
일본 따라 하긴 싫지만 지금 일본의 남아 있는 회사와 같이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안될 거 같습니다.
당시 일본에게 보인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방법으론 (제 생각이지만…)
우선 한일후X 처럼 외국과 합자하는 방법이겠지요.
선용품의 경우 지금 우리는 싫든 좋든 중국을 쳐다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또 인도네시아나 인도라는 나라도 있습니다.
다음으론 유통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한 민국이 가진 인터넷 인프라를 잘 이용하고 방법을 찾으면
공장없이 세계 최대의 선용품 유통을 하고 있는 싱가폴에서 답이 나올거 같습니다.
아니 싱기폴에 없는 인터넷 인프라와 세계 최고의 조선소, 아직 남은 제작 공장을 활용하면
싱가폴을 훨씬 뛰어 넘는 방법도 있습니다.
최소한 지금의 선용품 회사 운영 방식은 벗어나지 않으면 안될 거 같습니다.
아니면 파산하는 선용품 회사 물건 사저 쟁여 두고 근근히 목숨을 연장하는 수 밖에 없겠지요.
이방법도 잘만하면 5년~10년은 잘 될거 같습니다.
방법은 각자의 회사 사정에 따라 달라야 하겠지요.
문제는 하루 이틀 미루면
일본의 그 많던 선용품 회사처럼 앉은 자리에서 고대로 파산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요새 젊은 이들 선용품 회사 하려고 하지 않아. 그냥 늙은 나까지 물건 팔다가 회사 접어야지…”
하는 게 대부분 주변 선용품 도매상 등등의 사장님 푸념입니다.
컴퓨터 새로 배우는 것도 어렵도 무섭고…
외국과 어찌어찌 하는 건 더 어렵고 무섭고….
선택은 각자의 몫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