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23일 오후에
경남 밀양 삼랑진 검세마을에서 불이 났다.
이곳에서 20년넘어 살고 있던 나는 갑작스런 산불 안내 방송에 놀랐다.
“산불 조심”
그건 남의 일이었고, 산이 울창한 강원도의 일로 생각했었다.
특히니 집앞을 하루에도 여러번 집앞을 지나며 떠들던
“산불 조심” 방송차는 내겐 소음 그 이상도 아니었다.
그런데 뒤산에 산불이 났다니 이게 뭔일인가 싶었다.
별일 아니겠지 싶어도 혹시 모르니 하고 집앞을 나서서 뒤산을 보니…
검세마을 오른편에 있던 우리집과는 떨어진
검세마을 왼편 마을과 산입구에서 연기가 보였다.
제법 연기가 났지만, 평소 심심치 않게 보이던 연기 같이….
또 누가 쓰레기를 태우나 했다. 참 하지말라는 건 왜 하는지 몰라 하면서…
하지만 걱정은 됐다.
왜냐하면
우리집 뒷산은 많은 무덤과 단감 과수로 꽉 차 있었고 길도 보이지만,
검세 마을 왼편과 뒤편은 사람이 거의 오르지 않기 때문에
평상시에도 수많은 덤불로 가득한 야산이기 때문이었다.
그곳은 바싹 마른 덤불과 낙엽이 쌓여있는
누가봐도 불쏘시개가 가득한 산이었다.
그런데 그때 연기속에서 뻘건 불길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불길은 순식간에 뒤산 정상쪽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정말 순식간에 불은 커지고 조금있다 소항헬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헬기는 금방 여러대로 늘어났다.
하지만 아쉽게도 해는 서산에 걸리는 시간이 되었다.
애구 이제 길어야 한시간도 안되서 어두워 질텐데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해는 넘어가고 주변이 어두워 지면서 더이상 헬기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물론 산불은 꺼진것이 아니었다.
헬기가 없는 산불은 뒤산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고, 우리집에서도 타는 연기 냄새가 가득했다.
이윽고 검세마을 사람들은 한사람도 빠짐없이 피난 하라는 방송이 나왔다.
바람은 우리집 쪽으로 불지는 않아서 다행이 불길은
우리집을 피해 뒷산 너머에서 안태 쪽으로 가고 있었다.
하지만 바람은 언제라도 바뀔수 있는것. 바람이 우리집쪽으로 분다면 큰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 중요한 것들만 챙겨서 차에 싣고 일단 불을 쳐다 보기면서 관망하기로 했다.
하지만 금방 사람들이 찾아오고 피난하라고 해서 결국 피난처인 삼랑진 초등학교로 갔다.
초등학교 입구에서 제일 처음 보이는 것은 수십박스 쌓여 있는 생수병이었다.
생수병 무더기를 지나서 강당으로 가니
그곳에는 검세마은 안태마을에서 온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준비했는지 라면과 커피가 무한대로 공급되고 있었고 쵸코파이 같은 간식거리도
필요한 사람 얼마든지 가져가게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임시 텐트가 쳐지고 구호물자 박스가 배달이 되었다.
남자용 박스와 여자용 구호 박스.
생전 처음보는 구호물자 박스를 열어보니,
우선 제일처음 보이는건 흰색 담요와 회색 츄리닝, 세면도구, 각종 속옷과 양말 그리고 세면도구까지.
모든 것이 새것이었고 질도 결코 싸구려가 아니었다.
하지만 질좋은 구호물자 박스보 나를 더욱 놀라게 한건
100여명의 피난민을 도와주고 있는 공무원과 특히 자원 봉사자들이었다.
자원 봉사자들에게 특히라는 단어를 붙인 이유는 이분들중 많은 분들이 평소 보아왔던 주민들이라는 점이다.
더우기 아내가 취미생활로 동아리하던 하모니카 회원도 2분이나 계셨다.
그중 한분은 58년 개띠 생으로 나보다도 2살이나 많으신 분이었다.
나보다 2살이나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여러 생각이 많아진다.
물론 이분들이 나이어린(?) 나를 위해 오신건 아니고,
정말 연세가 많고 거동이 어려운 분들을 위한 도움이란건 안다.
하지만 알고는 있지만, 그리 맘이 편한건 아니다.
지금 내가 저들의 도움을 받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정말 나이많고 거동이 어려운 분들이나 어린 아이들을 돌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선뜻 나서기도 그렇다.
여태까지 모른척 하다가 일이 닥치니까 뭔가 하는 척하려고 나서는 사람같이 보일까
창피하다.
나도 해볼까 하는 생각을 태어나서 한번도 해 본적이 없어 더욱 그렇다.
산불은 TV에서만 보던 뉴스였지만, 이렇게 직접 내게 일어나니
이게 나에게도 일어나는 일이구나 싶은 것처럼,
봉사활동도 내와 관계가 전혀 없는 일이 아닐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서 생각이 많아 졌다.

